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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한겨레 2010-09-09
 철강 공장에서 일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가슴 저미는 조시(弔詩)가 ‘넷심’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이 회사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쇠를 녹이는 작업 도중 발을 헛딛어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끄집어내리려다 중심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거의 하루 가까이 지난 뒤에야 연합뉴스와 MBC 등을 통해 간단히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온 가슴 저미는 조시가 누리꾼 사이에 퍼저 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리꾼 ‘alfalfdlfkl’씨가 시 형식으로 작성한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이 트위터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새벽시간까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29세 청년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었다.

  누리꾼들은 시신의 흔적조차 없어 쇳물을 떠놓거나 유품으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소식에 안타까워 하면서 젊디 젊은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시를 퍼나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참 뭐라 적을말도 없이 참담하군요 비단 이분만이시겠습니까. 이름도 얼굴도 없이 스러져가는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을지요”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간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김씨가 추락한 높이 5미터의 작업장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사실과 선임자급만 용광로 위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는 유족측의 주장이 새롭게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개했다. 한 누리꾼은 “김씨는 피로가 몰려오는 새벽시간에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했던 것”이라며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10명의 근로자가 죽는 사고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나은 게 뭐냐?”라고 물었다.

 다른 누리꾼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월급 120만원 받고, 그나마 계약 끝나면 잘리고, 일자리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 차지가 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2조2교대 / 3조2교대 근무가 낳은 패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대조로 돌아가며 1년 365일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이미 곪아터질대로 터져버렸다. 하루에도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고, 주말이라는 단어는 우리 근로자들의 머릿속에 없다.”고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흥미만을 좇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최영호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Lawyer_KOREA)를 통해 “신정환이 도박을 했건 댕기열에 걸렸건 온 국민이 알아야 하는건지…. 어제 용광로에 떨어져 뼈도 못추린 공장직원은 오늘도 보도되지 않을 것 같다”며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전한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김태호를 비롯한 청문회 낙마 인사들을 겨냥해 “이재오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으니 당신들도 국무총리, 장관 욕심내지 말고 눈높이 낮춰 용광로에서 10년간 복무하라”고 비꼬았다. 한 누리꾼은 최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사건을 빗대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나? 서른 예닐곱살 먹고도 무단결근하면 엄마가 대신 전화해주고, 온갖 특혜 받으며 5급에 붙은 돼지도 있던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애통해 했다. 

e뉴스팀




29세 젊은 노동자 용광로 추락사망
20일 전에도 같은 사고 발생...“그 쇳물 쓰지 마라”
[0호] 2010년 09월 15일 (수)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29살 젊은 노동자가 1600도의 끓는 쇳물에 떨어져 사망한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충남 당진군 석남면 환영철강 노동자 김OO 씨가 지난 7일 오전 1시50분 경 전기로에서 작업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했다. 그가 떨어진 곳은 펄펄 끓는 1600도의 용광로였고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작업현장에 펜스하나만 설치돼 있었어도 이 억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매출액 4771억 원, 당기 순이익만 359억 원인 환영철강(김영진 대표이사)이 돈이 없어 펜스를 만들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이 사고소식을 들은 국민들 애도물결이 이어지면서 불과 얼마 전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퍼져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도 동부제철 인천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역시 펜스가 없어 일어난 사고다.

한국은 OECD 산재발생률 1위의 오명을 가진 나라다. 하루에 평균 6명씩 매년 2,100여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기업주를 처벌하는 제도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위험천만한 작업장에 펜스조차 설치하지 않아 꽃다운 노동자가 처참하게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는 재해공화국.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반복적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산재사망이 발생하면 기업주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기업살인법이 시행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단체, 노동안전단체, 진보정당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노동부의 관리소홀을 규탄하고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기업주 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한다.

2010년 8월17일에 이어 9월7일 20일 간격으로 노동자들이 용광로에 추락해 사망한 것은 노동부가 산재관리를 등한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을 통해 이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추모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이틀 뒤인 9일 한 포털사이트에 조시弔詩가 올라왔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제목의 조시는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며 1600도가 넘는 고열에 시신조차 찾지 못한데 대한 비통함을 표현하고 있다.

시는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라면서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라고 말해 아들을 참담하게 저 세상으로 보낸 어머니의 안타까움과 남은 자들의 몫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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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중소기업 전공으로 하는 학부생으로써 그 동안 중소기업 현장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연구했었는지 반성이 되는 기사다. 정말 우연히 트윗을 하면서 보게 된 기사, 저번 주 기사다. 
  
  중소기업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여러가지 고민이 들지만 가장 큰 고민은 중소기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가장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맞물린다. 대기업에서 쥐어짜기식 하청구조를 중소사업장이 당하고 있고, 대기업 중심의 국가정책도 문제이고, 등등

  하지만 그 이전에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노동자를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기본적인 안전휀스는 있어야 했던게 아닐까, 사업주 자신이 그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안전휀스를 설치 하지 않았을까? 과연 그러했을까... 자신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그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데... 노동자도 자신과 같은 사람인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노동자도 사업주도 같은 사람인 세상이 오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할 일도 많은 것 같다.

  아오, 중소기업 전공인게 부끄럽지 않게 좀 학과공부도 해야겠다. 하긴 빌어먹을 대기업 위주의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우리 학과자체에도 중소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실상 의심스럽긴 하지만-_-

  그 쇳물 사용하지 않고 부디 동상이 만들어지길...